크리스마스를 앞둔 연말이라 결혼 소식도, 또 안타까운 부고 소식도 많이 들려오는 시기입니다. 내년 봄 예식을 앞두고 예식장을 예약하고, 날짜까지 딱 잡아두신 예비 신랑신부님들 많으시죠?

그런데 이 행복한 시기에 덜컥 가까운 지인의 부고 문자를 받게 되면, 슬픔과 동시에 현실적인 고민이 훅 밀려옵니다.

 

"결혼 날 잡으면 남의 장례식 가는 거 아니라던데..."
"진짜 친한 친구 부모님상인데, 안 가면 평생 후회할 것 같고 어떡하지?"

 

어르신들의 말씀(미신)과 인간된 도리(의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예비 부부들을 위해, 결혼식 날 잡고 장례식장 방문에 대한 요즘 트렌드와 현명한 대처법을 정리해 드립니다.

 

"날 잡았는데 상가집 가도 될까?" 팩트체크와 대처법

예로부터 우리나라에는 '경사(결혼)'를 앞두고 '흉사(장례)'에 가지 않는다는 금기(Taboo)가 있었습니다. 이를 '상문살(장례식장에서 붙어오는 나쁜 기운)'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결혼식 날 잡고 장례식장 가도 되는지 고민하는 한사람

 

1. 옛날 어르신들은 왜 가지 말라고 했을까요?

과거에는 결혼이 가문의 가장 큰 대사였습니다. 행여나 나쁜 기운이 묻어와 새 출발 하는 부부에게 해가 될까 걱정하는 부모님의 사랑이 담긴 미신이었죠. 또 위생 관념이 약했던 시절, 전염병 등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직도 부모님이나 시댁 어른들 중에는 "큰일 치르기 전에는 상가집 가는 거 아니다"라고 엄격하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https://www.a-ha.io/questions/4fc03b00abc92b9b82e86ee62d6f5eda

 

결혼식 날짜가 잡혔는데, 지인 가족의 장례식 ㅣ 궁금할 땐, 아하!

안녕하세요.결혼식 날짜가 잡혀있는 상태인데, 지인 가족분께서 별세를 하셨습니다. 친한 동료라 마음이 안좋네요,결혼식 날짜가 잡히면 상가집은 안가는 것이 좋다고들 하는데, 그 이유와, 안

www.a-ha.io

 

2. 2025년 요즘 분위기는? "관계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요즘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무조건 안 가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나와 고인(상주)과의 관계 깊이'입니다.

  • 정말 가까운 친구/지인: 안 가면 관계가 서먹해지거나 본인 마음의 짐으로 남을 것 같다면? 다녀오는 추세입니다. 슬픔을 나누는 자리에 얼굴을 비추는 것이 사람 된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직장 동료/거래처/먼 친척: 애매한 사이라면? 굳이 어르신들 반대를 무릅쓰고 갈 필요는 없습니다. 조의금(부조금)과 문자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장례식장에 가기로 결정했다면? (액땜 방법)

마음이 쓰여 다녀오기로 했다면, 찜찜함을 날려버릴 수 있는 몇 가지 '비방'을 챙겨보세요.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라도요.

  1. 입관/발인은 피하기: 시신을 직접 보거나 관이 나가는 시간은 피하고, 단순 조문만 하고 오는 것이 관례입니다.
  2. 음식 먹지 않기: 장례식장 밥이나 술을 마시지 않고, 인사만 드리고 나오는 방법을 많이 씁니다.
  3. 소금 뿌리기: 집에 들어오기 전, 현관 밖에서 소금을 어깨 너머로 뿌려 부정(나쁜 기운)을 털어내거나, 집에 가기 전 사람들이 많은 편의점이나 마트를 들렀다 가는 속설을 따르기도 합니다.

 

4.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예절 지키기)

어른들의 반대가 심하거나 본인이 꺼림칙해서 안 가기로 했다면, 상대방이 섭섭하지 않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솔직하게 말하기: "결혼 날을 받아서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신다. 몸은 못 가지만 마음으로 깊이 애도한다"라고 정중히 메시지를 보내세요. 대부분의 상주도 이 상황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다 아는 문화니까요.)
  • 조의금은 넉넉히: 미안한 마음을 담아 평소 생각했던 금액보다 조금 더 챙겨 보내는 것도 성의를 표시하는 방법입니다.

 

5. 가장 중요한 것: '양가 부모님 의견' 확인

결혼은 집안 행사이기 때문에 내 생각만으로 결정하면 나중에 사소한 다툼이 될 수 있습니다.

혹시 모를 갈등을 피하기 위해, 조문을 가기 전 부모님이나 예비 배우자에게 "친한 친구라 다녀와야 할 것 같다"고 미리 상의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가장 현명합니다. 몰래 갔다가 나중에 알게 되면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요.

 

결혼식 날 잡고 장례식장 가도 될까

 

글을 마치며

"경사에는 안 가도 흉사에는 가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평생 한 번뿐인 결혼식을 망치고 싶지 않다"는 불안감도 당연한 마음입니다.

너무 미신에 얽매여 괴로워하지 마세요.


나의 진심을 전하는 방법은 직접 방문 외에도 다양합니다. 가느냐 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슬픔을 당한 지인을 위로하는 당신의 따뜻한 마음입니다.